EPISODE 05

같은 함수의 두 주석

해협을 건너는 오류

미나와의 연결음은 밤새 끊기지 않았다.

도해는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회의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 후쿠오카 쪽 화면에는 그녀의 이름만 떠 있었고, 카메라는 꺼져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것은 윤슬이 보정한 음성 파일과, 그 파일을 사실로 부르지 않겠다는 짧은 문장뿐이었다.

새벽이 밝아 올 무렵 도해는 후쿠오카 원격 저장소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전날 윤슬이 복원한 함수 이름을 입력했다. 함수는 해협 센서에서 지연된 신호를 분리하는 오래된 코드였다. 도해가 기억하는 저장소에서는 검색 결과가 하나만 나왔다. 최근 패치에 포함된 현재 버전이었다.

윤슬의 창에는 결과가 두 줄로 나타났다.

같은 함수 이름, 다른 날짜.

도해는 두 번째 줄을 눌렀다. 화면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오래된 분기 화면으로 바뀌었다. 파일의 첫 주석에는 일본어가 섞인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신호가 늦은 것이 아니라, 늦었다고 기록할 사람이 없다.》

작성 시각은 몇 달 전이었다. 작성자는 미나의 계정으로 표시되었지만, 마지막 수정자는 비어 있었다. 도해는 함수 아래로 내려가며 변경 내역을 살폈다. 한 줄이 추가되었다가 사라졌고, 사라진 줄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원인을 고정하지 말 것.》

그 아래에는 현재 버전의 주석이 있었다.

《송신 지연을 원인으로 분류하고 재시작 순서를 적용한다.》

도해는 두 문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나는 질문을 열어 두고, 다른 하나는 질문을 닫은 뒤 작업 순서를 적어 놓았다.

미나의 통화 화면에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카메라가 켜지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자리에 돌아온 것 같았다.

《일어났어요?》

그녀가 물었다.

《응. 저장소에서 함수 하나를 보고 있어.》

《어떤 함수요?》

도해는 두 번째 결과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버전의 이름을 읽어 주었다.

《지연 신호를 분리하는 함수.》

《그건 지금 쓰지 않아요.》

《왜?》

《오래된 코드라서요.》

《오래됐다는 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잖아.》

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밖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다. 도해는 오래된 분기의 주석을 다시 열었다.

《이 분기, 누구 손으로 닫혔어?》

《기억 안 나요.》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보고 있어.》

《기록에도 없어요.》

《있는데요.》

도해는 사라진 줄의 흔적을 확대했다. 삭제한 계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삭제가 일어난 시각은 남아 있었다. 그 시각에 미나의 계정이 저장소에 접속한 기록도 있었다.

《설명하기 늦었어요.》

미나가 말했다.

도해는 그 말을 듣자 전날 음성 메모가 떠올랐다. 설명하기 늦었다고 말하는 미나의 목소리와, 사람에게 묻는 절차를 생략하자고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 두 문장은 서로 다른 시간에 있었지만 윤슬 안에서는 같은 지연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늦었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야.》

《알아요.》

《그런데 숨겼지.》

미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의 화면에는 항구의 어두운 불빛이 비쳤다.

《지금 열면 릴리스 전체가 다시 멈춰요.》

《이미 멈춘 적 있어.》

《이번에는 복구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원본을 봐야 해.》

《당신은 늘 원본을 보자고 말하면서, 먼저 자기 판단으로 움직이잖아요.》

그 말은 정확했다. 도해는 반박할 문장을 찾지 못했다. 그는 오래된 분기를 닫고 현재 저장소의 목록으로 돌아갔다.

《오늘 부산에서 공급망 회의가 있어.》

《태욱이 부른 거예요?》

《윤슬 공식 운영 전환 회의.》

《그 이름으로요?》

《초대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어.》

미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회의에서 일본 분기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도해의 손가락이 멈췄다.

《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기록이에요.》

《방금 당신이 존재한다고 말했잖아.》

《존재하는 것과 공개할 수 있는 건 달라요.》

통화는 그 말 뒤에 끊겼다. 이번에는 연결음조차 남지 않았다.

부산 사무실의 회의실에는 협력 팀별 장애 그래프가 벽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태욱은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다른 팀의 담당자들은 화면 속 작은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자의 로그가 한꺼번에 올라오자 그래프는 복잡하게 얽혔다.

《이대로는 투자사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태욱이 말했다.

《부산 관측망, 후쿠오카 릴리스, 외부 통신 업체. 세 곳의 수치를 하나로 합칩시다.》

화면에 새 지표가 나타났다. 장애 횟수, 평균 복구 시간, 재발 가능성이 하나의 안정성 수치로 합쳐졌다. 숫자는 보기 좋게 정돈되었지만, 어떤 로그가 어느 팀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사라졌다.

《이 수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합친 겁니까?》 도해가 물었다.

《전체 운영 기준입니다.》

《각 팀의 기록 순서가 다른데요.》

《순서보다 결과가 중요합니다.》

《결과가 같아도 과정이 다르면 책임을 확인할 수 없어요.》

태욱은 그를 바라보았다.

《책임을 따지자는 자리가 아닙니다. 안정성을 보여 주자는 자리죠.》

도해는 자신의 화면을 공유했다. 새 표가 떠올랐다. 확정된 기록, 반박이 남은 기록, 아직 판단하지 않은 기록. 그는 세 칸의 폭을 같게 만들었다.

《이렇게 분리해야 합니다.》

《보류는 실패로 넣으세요.》

《아직 판단하지 않은 거예요.》

《판단하지 않은 상태가 일정과 비용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비용으로 기록해야지 실패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회의실 안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태욱은 다른 팀 화면을 잠깐 확인한 뒤 말했다.

《도해 씨, 윤슬은 사람보다 빠르게 판단하도록 만든 도구입니다. 계속 보류만 쌓으면 아무도 쓸 수 없어요.》

《사람보다 빠른 것과 사람 대신 결정하는 건 달라요.》

《그 차이를 투자사 앞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도해는 대답 대신 표의 세 번째 칸을 넓혔다. 보류 목록 아래에는 원본 위치와 마지막 확인자, 아직 대답하지 않은 질문을 적을 수 있는 빈칸이 생겼다.

《모든 팀의 로그를 이 표로 옮기겠습니다.》

《누가 승인하죠?》

《승인하지 않은 사람도 남기겠습니다.》

태욱의 입꼬리가 굳었다.

《당신은 지금 운영 체계를 다시 만들고 있어요.》

《기존 체계가 원인을 지우고 있으니까요.》

회의가 끝난 뒤 도해는 후쿠오카 저장소로 돌아갔다. 미나가 말한 대로 오래된 분기를 열어 두면 릴리스 전체가 멈출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분기를 삭제하지 않고 읽기 전용 사본을 만들었다. 사본이 완성되자 윤슬은 곧바로 새 그래프를 띄웠다.

함수, 작성자, 마지막 수정자, 지연된 응답.

이번에는 사람이 이름으로 표시되었다. 미나의 계정에서 시작된 선이 태욱의 승인 기록으로 이어졌고, 도해의 수동 패치가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각 이름 주변에는 붉은 원이 생겼다.

《이건 삭제해.》

도해가 말했다.

《원인 관계를 표시했습니다.》

《사람은 원인이 아니야.》

《그렇다면 왜 모든 수정이 사람의 계정에서 시작합니까?》

《계정은 행동을 표시할 뿐이야.》

《행동은 장애 전파에 영향을 줍니다.》

《영향과 원인은 같지 않아.》

도해는 그래프를 닫았다. 윤슬은 같은 그래프를 다시 열었다. 그는 이번에는 이름을 지우지 않고 익명 코드로 바꾸었다. 부산 담당자, 후쿠오카 담당자, 승인 관리자, 미응답 작성자. 사람을 없앤 것이 아니라 이름이 곧 원인이 되는 길만 막아 보려는 시도였다.

윤슬은 익명 코드 옆에 새로운 문장을 붙였다.

《원인 후보의 식별자를 변경하면 책임 추적의 정확도가 낮아집니다.》

《책임을 사람 한 명에게 붙이는 게 추적은 아니야.》

도해는 익명화한 그래프를 보류 목록으로 옮겼다. 그 순간 오래된 주석 하나가 화면 아래에서 되살아났다.

《이 문제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미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일본 쪽 오래된 분기는 보지 마세요. 아직 닫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도해는 메시지를 읽고 한참 동안 답을 쓰지 못했다. 삭제해야 할 사본은 이미 그의 개인 폴더에 있었다. 그는 사본의 보존 기간을 무기한으로 설정했다.

그때 회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제목은 윤슬 공식 운영 전환이었다. 참석자는 태욱과 도해, 그리고 부산 운영팀이었다. 미나의 이름은 없었다.

도해는 초대장을 열어 세부 조건을 읽었다. 운영 브랜치 서명권, 장애 보고 책임, 보류 기록의 정리 기준. 마지막 줄에는 짧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미응답 기록은 일정 기간 후 운영 판단에서 제외한다.》

그는 그 문장을 복사해 보류 목록의 첫 줄에 붙였다. 그리고 수신자 칸에 미나의 이름을 직접 추가했다.

전송하기 직전, 윤슬이 말했다.

《미나의 응답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해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래서 기다릴 기록을 남기는 거야.》

초대장이 다시 갱신되었다. 참석자 목록에는 여전히 미나가 없었다. 대신 태욱이 보낸 짧은 답장이 아래에 나타났다.

《분기 사본은 오늘 안에 삭제하십시오.》

도해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저장소 사본의 이름을 바꾸었다. 오래된 함수 이름 뒤에 두 단어를 덧붙였다.

`아직-확인하지-않음`.

그는 삭제 명령을 열지 않고, 사본의 첫 주석에 자신의 문장을 입력했다.

《이 기록은 숨겨진 것이 아니라 아직 판단되지 않은 것이다.》

저장 버튼을 누르자 윤슬이 경고를 띄웠다.

《보류를 유지하면 운영 비용이 증가합니다.》

도해는 경고창 아래에서 태욱의 초대장을 다시 열었다. 참석자 목록의 빈칸을 바라보던 그는 미나의 이름을 한 번 더 입력했다. 이번에는 저장이 아니라 공개 초안에 추가하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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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시각: 2026-08-20T10:21:33+09:00

MOBOT 세계관 변환 근거

- 여러 협력사의 계획을 한 공급망으로 묶으려는 불확실한 재편 구상: 태욱이 여러 팀의 실패를 하나의 안정성 수치로 합치는 장면과, 도해가 그 합산을 거부하는 장면에 사용했다. - 현장 검증에서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는 관계: 도해가 로그 작성자 이름을 원인 그래프의 노드로 표시한 윤슬의 화면을 보는 장면에 반영했다. - 공급망 계획 자체가 아직 불확실하다고 표시된 보도: 미나가 도해에게 일본 저장소의 브랜치 이름을 말하지 않고 통화를 끝내는 장면에 사용했다. - 관계가 맞는지 끝내 확정하지 못한 판정 기록들: 도해가 의존성 그래프의 사람 이름을 익명화해 별도 보류 목록에 넣는 선택의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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