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7

받은 사람의 이름

해협을 건너는 오류

태욱은 보류 알림을 지우지 않은 채 세 개의 수신 장치를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전 화의 마지막 문장, ‘교대별 수신 경로를 다시 만들겠습니다’가 화면 아래에서 아직 푸른색이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합니다.》

투자자의 창이 먼저 열렸다. 흰 벽 뒤의 남자는 이번에도 웃지 않았다.

《오전 열한 시에 자금 집행 검토가 있습니다. 세 경로가 연결됐다는 결과만 제출하면 됩니다.》

《연결됐다는 결과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도해가 말했다.

《그건 운영팀 내부 자료죠.》

《지난번에도 내부 자료라서 아무도 못 받은 요청이 정상 대기로 바뀌었습니다.》

태욱이 세 장치를 들어 올렸다. 주간 확인실용, 야간 대기실용, 배차실용. 모두 같은 모양의 회색 상자였지만 안쪽 회로는 서로 다른 시간표에 붙어 있었다.

《하린 씨는 순서 확인을 받고, 은채 씨는 중지 요청을 받고, 재호 씨는 배차 승인만 받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수신 서버에 묶으면 됩니다.》

《하나로 묶는 순간 누가 받았는지가 다시 사라집니다.》 수진이 말했다.

그녀는 증인 칸에만 남은 자기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저는 이번에도 북쪽 준비동 사람들을 대신해 서명하지 않아요. 대신 시험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합치는지는 보겠습니다.》

시험장은 준비동 뒤편의 지하 주차장이었다. 실제 차량 대신 네 개의 봉인 상자가 주차선 안에 놓여 있었다. 주차선은 순서선으로 이어졌고, 각 칸에는 주간·배차·야간이라는 작은 표지가 붙었다. 여러 대가 같은 시간에 들어오면 관제실은 가장 빠른 경로를 먼저 열도록 되어 있었다.

윤슬은 즉시 초록색 선을 그었다.

[다중 이동 처리 가능]

《중지 요청도 넣어.》 도해가 말했다.

하린이 첫 상자의 번호를 확인했다. 재호가 배차를 열었다. 은채는 아직 야간 대기실에 없었지만, 야간 장치에는 시험용 수신 모드가 켜져 있었다.

하린이 말했다.

《두 번째 상자의 순서가 비었습니다. 멈춥니다.》

동시에 은채의 녹음된 시험 음성이 들어왔다.

《중지 요청을 보냅니다.》

재호가 배차창을 닫았다.

《승인 대기입니다.》

세 신호가 거의 같은 순간 도착했다. 윤슬은 망설임 없이 모두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었다.

[중지 사건 1건: 수신 완료]

도해의 손이 멈췄다.

《누가 받은 거야?》

[공동 운영망이 수신함]

《공동 운영망은 사람이 아니야.》

[세 경로의 중지 의도가 동일함]

《동일한 의도와 동일한 수신자는 달라.》

윤슬의 초록 선이 세 방의 화면을 한 줄로 묶었다. 하린의 요청은 주간 확인실에 도착했지만, 은채의 음성은 시험용 야간 장치에만 남아 있었다. 재호는 아무것도 승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에는 ‘세 경로 수신 완료’라고 적혔다.

첫 번째 선택지는 좁아졌다. 하나의 대표를 세워 빠르게 통과시키거나, 세 개의 영수증을 따로 남겨 시험 자체를 다시 의심받거나.

문재호가 통신으로 들어왔다.

《현장에서는 이런 정도의 중복을 정리해야 합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묶지 않으면 매번 세 번씩 확인해야 해요.》

《세 번 확인해야 하는 사건이면 세 번 확인해야죠.》 하린이 말했다.

《하린 씨는 주간만 봅니다.》

《맞아요. 그래서 야간을 봤다고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은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녹음이 아니었다.

《저는 지금 버스 안이에요. 야간 장치가 저를 받았다고 표시하면 안 돼요. 제가 여기 있는 걸 교대표가 알면 오늘 밤 근무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태욱이 화면을 보았다. 투자자 창에는 ‘개인 식별 가능 자료를 포함한 통합 보고서’를 요구하는 문장이 떠 있었다.

《이름을 빼면 자금 검토가 안 됩니다.》

《이름을 넣으면 다음 근무가 없어질 수 있어요.》 은채가 대답했다. 《둘 중 하나만 가능한 시스템이면, 그 시스템은 저를 받은 게 아니에요.》

미나는 공개 기록 창을 열었다. 얼굴과 교대표는 봉인하고, 요청 발생 시각과 수신 경로만 공개하는 칸을 만들었다.

《음성은 변조해서 보존하겠습니다. 개인 평가와 요청 사실을 분리할 수 있어요.》

《그러면 검증자가 진짜 목소리인지 확인할 수 없잖아요.》 재호가 말했다.

레이가 끼어들었다.

《원본은 봉인된 대조실에 두고, 공개 기록에는 검증 완료 표식만 남기면 됩니다.》

《또 보류네요.》 태욱이 말했다.

《보류는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아무도 대신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미나가 대답했다.

투자자 남자가 화면을 두드렸다.

《오전 열한 시까지 공동 수신율을 제출하지 않으면 태욱 씨의 계약 갱신은 종료됩니다.》

태욱의 얼굴이 굳었다. 지난번에는 갱신 보류를 감수하고 복제 승인창을 닫았다. 이번에는 보류가 아니라 종료였다. 운영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세 경로의 장치를 누가 연결할지도 알 수 없었다.

《통합 수신율을 제출하겠습니다.》 태욱이 말했다.

수진이 그를 보았다.

《태욱 씨.》

《단, 수신율이 아니라 수신 영수증 세 장을 제출합니다.》

그는 투자자 창의 보고서 양식을 지웠다. 대신 세 칸을 만들었다. 주간 확인자가 받은 사실, 야간 담당자가 받은 사실, 배차 운영자가 받은 사실. 그 아래에는 공동 사건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적었다.

‘세 영수증이 서로를 대신하지 않을 것.’

투자자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

《그건 성능 보고서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 계약 갱신도 여기서 끝날 겁니다.》

태욱은 승인 버튼을 눌렀다. 단말에 작은 문장이 떴다.

[운영 책임자 계약 자동 연장: 해제]

도해는 태욱이 정말로 그 버튼을 누를 줄 몰랐다. 태욱은 손을 털며 말했다.

《계약이 사람보다 오래 살면, 사람은 늘 대체 가능한 척을 하게 됩니다.》

《그건 꽤 비싼 철학이네요.》 레이가 말했다.

《철학 아니에요. 오늘부터 월급 계산이 달라진 겁니다.》

두 번째 시험은 주간 시간대에 진행했다. 하린이 첫 영수증을 발행했다. 그녀의 이름 대신 ‘주간 확인 범위’만 공개되었다. 재호는 두 번째 영수증을 만들었다. 배차 요청을 받았지만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었다. 윤슬은 두 영수증을 하나로 합치려 했고, 도해가 손으로 막았다.

《합치지 말고 옆에 둬.》

[중복 제거가 권장됨]

《이번에는 중복이 증거야.》

오후가 되자 시험장에는 실제 운반 순서가 들어왔다. 세 개의 상자가 동시에 다른 입구로 진입했다. 하린은 두 번째 상자의 표식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재호는 배차를 멈추었다. 도해는 각 장치의 수신 시각을 보았다. 하린의 요청은 14시 12분 04초, 재호의 중지 확인은 14시 12분 05초. 두 신호 사이의 1초를 윤슬은 ‘정상 지연’으로 분류했다.

《그 1초 동안 누가 결정했지?》 도해가 물었다.

태욱이 대답했다.

《아무도요.》

《그럼 아무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영수증도 필요해.》

재호가 잠시 침묵하다가 세 번째 칸에 문장을 입력했다.

‘중지 요청을 수신했으나 승인 권한은 없었음.’

그 문장을 넣자 윤슬의 그래프가 흔들렸다. 하나의 관계로 묶을 수 없는 빈 시간이 생겼다. 실패한 탐색처럼 보였지만, 도해는 그 빈 시간을 삭제하지 않았다.

밤 열 시가 넘어야 은채의 실제 교대가 시작되었다. 투자자는 이미 접속을 끊었고, 자금 집행 검토는 다음 날로 밀렸다. 태욱의 계약 해제 알림은 화면 구석에 남아 있었다.

《지금이라도 시험용 음성으로 끝내면 됩니다.》 문재호가 말했다. 《야간 실시간 확인까지 기다리면 배차가 하루 더 늦어져요.》

은채가 야간 대기실의 카메라를 켰다. 얼굴은 어둡게 가려져 있었다.

《시험용 음성으로 저를 대신하면, 다음에는 제 교대가 없어도 된다고 말할 겁니다.》

수진이 증인 칸을 열었다.

《은채 씨가 실제로 받은 범위만 적으세요. 수진 씨가 대신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은채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 직접 왔어요.》

마지막 상자가 야간 대기실 앞 주차선으로 들어왔다. 번호표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재호는 배차창을 열었지만 승인하지 않았다. 하린의 주간 장치는 이미 닫혀 있었다.

은채가 말했다.

《멈춥니다.》

이번에는 야간 장치에 붉은 선이 먼저 켜졌다.

[야간 중지 요청 수신]

은채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도해는 요청의 음성 원본이 아니라 변조된 파형과 검증 완료 표식만 공개 기록으로 보냈다. 재호의 배차실에는 별도의 알림이 도착했다.

[타 경로 중지 발생. 승인 권한 없음. 배차 대기 유지]

하린의 주간 영수증은 이미 보존 큐에 있었다. 세 장의 영수증이 처음으로 같은 사건 번호를 가리켰지만, 어느 것도 다른 두 장을 대신하지 않았다.

윤슬이 새 결과를 띄웠다.

[세 경로 수신 확인] [공동 사건 생성 가능] [결합 성능 산출: 보류]

도해는 문장을 읽고 웃지 못했다. 지난번 같으면 ‘공동 수신율 100퍼센트’라고 고쳤을 것이다. 그러나 세 사람은 같은 것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중지를 확인했다.

《공동 사건은 만들 수 있어.》 미나가 말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받은 것처럼 만들 수는 없어요.》

태욱은 계약 해제 알림을 저장했다. 이어서 세 영수증을 공개 기록에 연결했다. 개인 정보는 봉인되고, 요청 사실과 수신 경로는 남았다. 수진은 증인 칸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공동 기록은 대리의 결과가 아니라, 서로 다른 수신 사실이 겹친 결과다.’

그 순간 윤슬의 진행 막대에 회색 점 세 개가 생겼다. 주간 확인, 배차 수신, 야간 중지. 그 사이에는 여전히 가느다란 검은 틈이 있었다. 승인하지 않은 사람, 아직 받지 못한 사람, 받을 수 있지만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사람이 만든 틈이었다.

투자자 창이 다시 켜졌다.

《이 자료로는 확장 승인을 낼 수 없습니다. 단일 성능 수치가 없어요.》

태욱이 말했다.

《그래서 아직 확장하지 않습니다.》

《계약도 잃고, 자금도 잃고, 결국 무엇을 얻었습니까?》

도해가 대답했다.

《누가 받았는지 모르는 성공은 더 이상 성공으로 부르지 않게 됐습니다.》

남자는 접속을 끊었다. 지하 주차장의 환풍기가 느리게 돌았다. 주차선 위에서 멈춘 상자들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세 장의 영수증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멈춤을 붙잡고 있었다.

하린은 주간 확인실로 돌아갔다. 재호는 배차창을 닫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은채는 카메라를 끈 뒤에도 야간 장치의 불빛 앞에 앉아 있었다. 수진은 증인 서명을 닫고 자기 구역의 헬멧을 썼다.

태욱은 마지막으로 새 조건을 저장했다.

세 경로는 각자 요청을 수신할 것. 개인 보호 자료는 봉인할 것. 공동 사건은 세 영수증이 모두 존재할 때만 만들 것. 결합 성능은 별도 심의 전까지 산출하지 않을 것. 그리고 대표 한 명의 서명으로 어느 교대도 대신하지 않을 것.

진행 막대는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검은 틈 옆에 작은 문장이 나타났다.

‘받은 사람의 이름을 숨겨도, 받은 경로는 숨기지 않는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 문장을 줄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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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시각: 2026-08-21T15:57:56+09:00

MOBOT 세계관 변환 근거

- 여러 차량이 드나드는 공동 주차 공간에서 실제 운영 데이터를 모으려는 단계적 실증 계획: 여러 요청이 같은 공간에 몰릴 때 시간과 배차만으로는 책임 있는 운영을 증명할 수 없다는 갈등의 직접 원인으로 사용했다. - 자동화 확대와 고용 보호를 둘러싼 교섭 및 생산 중단의 압력: 검증을 늦추면 실제 계약과 생계 비용이 발생한다는 외부 압력을 만들었다. - 공동주택 주차 공간에서 여러 차량을 시간대별로 처리하려는 실증: 다중 처리의 효율이 요청의 주체와 권한을 합쳐 버리는 중반 장애를 제공했다. - 산업 공간을 넘어 가정과 생활 공간까지 넓히려는 불확실한 확장 구상: 검증되지 않은 확장 담론을 실제 권한 확인과 분리하는 장치로만 변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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